(제1회 한국인터넷문학상) 악마의 오후
제1회 한국인터넷문학상 2001년 10월 가작, <악마의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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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가 가득 피어 있는 초가을 들판에 서면 샘물처럼 입가에 미소가 스며 나오듯 현아를 보면 저절로 스무 살의 청년이 된다. 심장은 곧바로 오천 미터를 달려도 될 것처럼 경쾌하게 움직이고 근육은 부풀어올라 온몸에 힘이 넘쳐흐른다. 정신도 어느덧 젊은 날의 그것이 된다. 이십 년 전 소녀에게서 느꼈던 감정이 아침 일찍 나뭇잎에 맺힌 이슬에 손 적시며 막 따든 앵두처럼 선명하다. 열여덟 살의 현아는 마흔 살의 나를 그녀보다 두 살이 많은 나이로 변하게 한다.
마흔 살의 대학교수인 현우는 십분 간의 체조를 마치고 오솔길로 현아를 만나러 가기 시작했다. 아카시아꽃이 막 피어나는 계절이었다. 현아가 다니는 여자고등학교의 재단 이사장인 현우는 우연히 집 뒤 오솔길에서 한 소녀를 보게 되었는데, 영국유학시절에 듣던 소녀 목소리가 생각났다. 캐너비스(마약)를 하면서 들어서 결코 잊혀지지 않았다. 또 고등학교 졸업 후 유학을 떠나기 전의 여고 일 학년이었던 박영조 생각도 났다. 그녀는 지금 현우의 아내인데 이태리로 작업을 하러 갔다. 조각가이다. 아이들은 둘 다 영국유학을 보냈다.
현우는 현아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피돌기를 빠르게 했다. 어느덧 몸도 마음도 스무 살 청년이 되는 것이다. 학교 운동장이 내려다보이는 의자에 앉은 현우는 현아가 배구 연습을 하는 것을 보고 오게 되었다.
현우는 강남에 살고 있었는데 아내는 이곳 묘지기 집을 헐고 오십 평 짜리 작업실을 짓고 작업을 하게 되었고, 급기야는 아파트를 지어서 아예 이사를 오게 되었다. 현우 아파트는 구층 백이십 평이었다. 작업실 뒤에는 옛날에 정승을 지낸 분의 묘가 있었다. 그 분 때문에 지금의 현우가 있는 거였다. 모든 부(財産)는 그 분이 만들어 놓은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