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타 상
또 10분이 흘렀다. 지금 시각은 정확히 하루를 넘긴 다음 날 새벽 두 시.
태빈 오빠는 대체 이 시간까지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버릇처럼 입술을 잘근거리며 거실의 벽에 걸린 시계를 연신 흘끔거리던 정우는 이윽고 지친 듯이 소파에 힘없이 늘어져 버렸다. 소파 앞의 작은 테이블 위에 놓인 먹음직스런 생크림 케익에 떨어지는 촛농은 이제 단단히 굳어 작은 덩어리를 만들고 있었다. 그녀의 우울한 시선이 잠시 케익을 노려보다가 불이 꺼진 거실의 어둠 속으로 달려갔다.
약속이라도 하고 올걸. 태빈 오빤 친구들과 밤새워 노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를 거야. 어쩜 외박할지도…. 워낙 인기 있는 남자니까. 그래도 오빠가 미워, 미워!
촛불이 밝혀진 케익과 스물 다섯 송이의 장미꽃, 그리고 용돈을 털어 구입한 질 좋은 프랑스산 와인 한 병, 근사한 크리스털 글라스 두 개와 고급 포장지에 감싸진 몽블랑 만년필.
태빈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정우가 정성 들여 준비한 선물들이었다. 성년이 되어 그의 여자가 되길, 부디 그녀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고대하고 또 고대하면서.
정우는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조그맣게 흐느끼기 시작했다. 가냘픈 어깨에 살짝 걸린 슬립의 어깨 끈이 미세한 흔들림으로 미끄러져 내렸지만, 그녀는 소파 위에 웅크린 채로 한참을 흐느꼈다.
--- 로리타 프롤로그 중
‘즐겁게 살자’라는 뜻의 필명 ‘RAKU’로 인터넷 연재를 시작하다.
개성이 강한 주인공들을 통해 삶과 사랑에 관한 특별한 이야기를 전파하는 메신저가 되고픈 일념으로 창작의 고통에 몸을 맡기는 순간이 행복하기만 하다는 작가에게 독자와의 소통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라고 한다.
<러브 알레르기>, <허쉬>, <로리타>(전2권), <마녀유희>, <위험한 관계>, <흰나비의 외출> 등 평범하지 않은 자식들을 세상에 내놓았고, 계약결혼 커플의 불꽃 튀는 카리스마 대결을 그린 <카리스마>를 피우리넷(http://piuri.net) 의 ‘樂카페’에 연재하고 있다.
그 외에도 작가의 게으름으로 세상 빛을 보지 못한 자식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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