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말하다 : 가라타니 고진 콜렉션 06
가라타니 고진의 최신작 『정치를 말하다』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柄谷行人 政治を語る』를 완역한 것이다. 일본의 소설가 고아라시 구하치로가 질문을 하고 이에 저자가 대답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그동안 가라타니 고진의 책을 꾸준히 번역해온 문학평론가 조영일이 옮겼다.가라타니 고진은 현재 슬라보예 지젝과 더불어 국내 인문학도들에게 가장 널리 읽히는 저자이지만, 변화무쌍한 ‘사상적 이동’으로 인해 그의 전모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따라서 그동안 이해자의 태도에 따라, 다양한 가라타니상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 ‘다양성’ 자체에 의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그런 다양성 속에 존재하는 어떤 일관성을 포착하지 못하면, 의외의 오해(오독)에 도달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따라서 어떤 나무인지도 중요하지만, 그것들 통해 만들어진 숲이 어떤 모양인지를 아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이번에 출간되는 대담집 『정치를 말하다』는 바로 이 숲을 보는 데 매우 유용한 책이다. 아니, 어떤 의미에서 유일무이한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가라타니 고진 스스로가 자신의 오랜 사상적 역정을 ‘정치’라는 실과 바늘로 알기 쉽게 엮어 우리 앞에 펼쳐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시절에서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기까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고민했는지를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열정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안보투쟁을 어떻게 바라보았으며, 왜 경제학을 하다 영문학으로 전공을 바꾸었고, 또 어떻게 문학평론가가 되었는지, 그리고 왜 문학을 포기하고 사상가가 되었는지 우리가 그동안 궁금하던 모든 것에 친절하게 답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작가적 개인적 역정이나 이제까지 해온 작업의 정리에 머물고 있지 않다. 그보다는 도리어 「세계공화국으로」 이후의 작업까지를 조망할 수 있는 저작이라고 보는 편이 옳다. 대담집임에도 불구하고 저서처럼 읽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그동안 그에게 있어 중요한 단어가 아니었던 말들이 다수 등장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물론 ‘민주주의’, ‘정치’라는 단어이다. 사실 이는 이 책의 제목을 통해서 분명히 나타나고 있는데, 그의 주장을 쉽게 요약하면, 그가 생각하는 ‘정치’란 민주주의에 의해서만 비로소 가능하며, 민주주의는 바로 시민들 또는 그들의 데모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바로 이런 입장이 우리가 실패로 간주하는 NAM의 해체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즉 그것은 사회운동의 실패가 아니라 엘리트의 자기우상화에 대한 강력한 거부였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