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최소한의 권리 자기합리화의 힘
“당신의 마음에도 방패가 필요하다”
근거 없는 비난과 도를 넘는 상처로부터 영혼을 보호하는 마음의 설계, 자기합리화
한가로운 봄날 벤치에 앉아 있는데 벌이 날아든다면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경우에 따라 손을 휘휘 내저어 벌을 쫓거나 혹 자극할까 싶어 슬그머니 자리를 옮길 것이다. 그러나 일단 벌이 나타나는 순간에 대상을 막론하고 반드시 행하는 동작이 있다. 바로 눈을 감거나 몸을 움츠리는 등의 무의식적 반사행동이다. 우리 몸에는 위기 상황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가 작동한다. 벌이 날아드는 순간 눈을 감거나 몸을 움츠리는 등의 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 크게 다치거나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해본 경험이 우리 DNA에는 저장되어 있다. 벌에 물릴까 몸을 움츠리는 행동이 비겁한 행동도 아니고 잘못도 아니다.
너나 할 것 없이 힘에 부치는 의무와 숨 막히는 압박 속에서 살아가는 오늘, 우리의 영혼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쏟아지는 비난과 책망으로 생채기난다. 어떻게든 견뎌내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우리는 그 많은 화살들을 속수무책으로 받아낸다. 견디는 것이, 아픈 것이, 우리에게 주어지는 월급과 행복의 전제조건인 것처럼, 모두는 우리에게 이겨내라고 말한다. 《자기합리화의 힘: 나를 위한 최소한의 권리》(위즈덤하우스 刊)는 그간 부도덕한 자기변명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합리화의 쓸모를 이야기한다. 적당한 수준의 장애물 앞에서 변명하는 것은 부도덕한 합리화일 수 있지만 반복적이고 저항할 수 없는 상처 앞에서 무조건 자책하고 자신을 비난하는 것은 위험한 행동일 수 있다. ‘여우와 신포도’의 우화에서 볼 수 있듯이, 합리화란 너무 높은 곳에 매달린 포도를 따먹는 일처럼 애당초 실패하고 낙심하기 쉬운 상황을 납득하기 위한 합리적인 해석이다. 실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난 멍청이야, 내게 더 이상의 희망은 없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여건이 더 좋았다면 해낼 수 있었을 텐데, 해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좋았으리라고 볼 수도 없고’ 생각하는 쪽이 당장의 기분은 물론이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기에도 좋은 정서적 토양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책은 벌에 쏘이지 않기 위해 눈을 질끈 감는 것이 내 잘못일 수 없는 것처럼, 합리화는 나를 위한 합당한 보호막이자 방패이며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치유의 방편이라고 설명한다.
“모든 것이 나 때문일 수는 없다!”
너무 많이 자책하고 후회하는 당신을 향한 정신의학과 이승민 원장의 마음 변론법
탄생의 순간부터 무한경쟁의 쳇바퀴에 던져지는 한국사회에서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쉬지 않고 남과 비교하며 자신의 행복을 저울질하게 된다. 스펙과 성취에는 끝이 없고,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도 더 나은 레벨의 누군가에게 일과 사랑, 행복의 도구들을 수시로 빼앗기게 된다. 이러한 극한의 경쟁사회에서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정의 내릴 수 있는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차 한 대, 번듯한 직장, 멋진 결혼상대가 있다고 해서 행복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책은 오늘날 행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것을 해내느냐보다 얼마나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멋지게 합리화해서 내 삶을 변호하는 능력이야말로 반복적인 실패 앞에서 좌절하고 낙심하지 않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반복적으로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는 관계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도 합리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직장이나 군대와 같이 위계와 체계가 경직된 조직일 경우, 상사나 고참의 비난과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이런 구조에서 받는 상처의 원인이 모두 나 때문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애당초 자기 위치나 지위를 이용해 함부로 사람을 대하는 상사가 있을 수 있는 것이고, 그런 사람들의 비난을 곱씹고 복기하며 자책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행동일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근거 없는 자책과 도를 넘는 상처를 고스란히 감당하기보다는 해석하고 변호함으로써 마음의 건강을 지키라고 조언한다.
나는 어떠한 방법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가?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성향을 파악하고 개선하도록 돕는 다양한 개념 안내
책은 안나 프로이트가 정의한 20여 가지의 방어기제에 대한 소개로 시작해 하버드대학의 조지 베일런트가 성숙도를 기준으로 분류한 층위별 방어법 등 다양한 개념을 안내한다. 이들 개념에 대한 이해는 그간 우리가 막연하게 ‘나에겐 문제를 회피하는 성향이 있어’, ‘엄마 같은 사람만큼은 정말 되고 싶지 않았는데, 나도 똑같이 행동하고 있네’ 생각해왔던 다양한 공격과 방어의 패턴들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실 우리의 행동패턴의 대부분은 어린 시절부터 밀접한 관계에 있던 이들의 행동방식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데 따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자신이 어떠한 방식에 익숙한 사람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막연하게 매번 꼬이고 실패하는 사람과 일 문제에 답답함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책은 정신의학 분야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개념들을 차분히 설명하며 문제인지도 모르고 키워왔던 감정적 스트레스의 원인과 개선 방안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나의 성향과 성격에 맞는, 내가 지향하는 성향의 나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