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으로도 모자랄 여자이야기
척박한 세월을 견뎌온 우리네 어머니, 할머니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일본 강제 징집에 끌려간 남편을 기다리다가 이웃집 작은 마누라로 들어간 전라도 금산댁 할머니, 젊은 날에 과부가 되어 평생을 그리움으로 사무친 삶을 살아온 강원도 이씨 할머니 , 아홉살에 민며느리로 들어가 억척스러운 시어머니와 철없는 동갑내기 신랑에 미운정 고운정이 다든 충청도 이씨 할머니 등 총 여섯 할머니들의 인생 이야기가 담겼다.
어떤 이야기의 여주인공들보다도 힘겹고 어려운 삶을 살아온 할머니들은 열흘 낮 열흘 밤 내내 이야기해도 다 풀리지 않을 당신의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들려준다. 책을 읽다보면 그들의 모습에서 가족에게 모든 것을 다 바쳐 살아온 우리네 어머니, 할머니가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책은 구수한 사투리까지 그대로 풀어내며 할머니들의 생생한 육성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그래서 바로 옆에 앉아 직접 할머니들로부터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대필한 것도 고친 것도 아니지만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가며 할머니들로부터 허물없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애쓴 저자들의 노고가 진하게 배어난다. 모진 세월만큼 굵게 파인 주름살, 고된 삶의 무게만큼 굽은 허리, 뜬 눈으로 지샌 밤만큼 센 흰머리 등 할머니들의 모습을 훌륭하게 포착해낸 흑백 사진 역시 읽는 이의 심금을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