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귀래 그리고 황금노을
우리가족은 이제 셋 뿐이다. 그나마 활동구역이 각각이라 집에 가족 전원이 모이는 날이 드물다. 그러나 정작 있는 날도 함께 식탁에 둘러 앉는 게 쉽지 않다. 가족끼리 오손도손 둘러앉아 정감 있는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각자의 사회생활에 얽매여 여념이 없는 탓이다.
그릇 몇 개를 씻으며 싱크대 위 창문으로 밖을 내려다본다. 골목길에 간간이 차가 지나고 걸어가는 사람도 보인다. 할 일 없는 사람처럼 이방 저방 기웃거리며 서재에 들어가 워드 프로세서도 꾹꾹 눌러보고 안방으로 나와 화장대 앞에 앉아 거울을 들여다본다. 얼룩얼룩 기미낀 얼굴엔 셀 수 없이 많은 주름이 졌고, 염색머리 밑으로 백발이 깔렸다. 인생이 허망하다는 생각이 들며 딸아이가 야속하다. 모처럼 집에 있는 에미를 출근하기 전에 깨워 차라도 한 잔 들며 얼굴이라도 보고 나가면 안되는 걸까, 딸 자식은 결혼을 하게되면 한집에 살지도 않을 터인데, 아직은 내게 할 일이 있고 경제력이 있음에도 간혹 찾아드는 아이들에 대한 야속함과 섭섭함이 무능해졌을 때는 얼마나 가슴저리게 와 닿을까, 란 생각을 진지하게 해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식 나이로 51살. 여자 나이로는 환갑진갑 다 지났다고는 하지만 한 인간으로 살아가야할 나의 세월은 아직도 짧은 건 아니다. 왜 살아야하는가 하는 사치한 물음은 접어두고 삶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할 적절한 시기에 다다른 것이다.
얼마 전 산림훼손허가를 받았다. 산자락을 깎아 길을 뚫고 양어장을 파고 축사를 짓는, 지금까지 벌려온 일보다 좀더 규모가 큰 일을 시작했다. 내가 일을 벌릴 때면 주위 사람들이 반대를 한다. 고생하는 것이 진정으로 안타까워 말리는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는 깊이 생각해보지도 않고 무조건 뭣 하러 사서 고생을 하느냐고 몰아세운다.
남에게 충고하는 것처럼 어렵고 조심스러운 일도 없으련만 사람들은 너무나도 가볍게 입에 담아낸다. 더욱 이상한 것은 어리석은 짓 하지말라고 강력하게 충고를 하던 사람도 좀더 친분을 쌓아 가까워져 나에 대한 이해가 생기면, 나이가 들어도 하는 일이 있어야한다고 잘 해보란 격려를 한다는 사실이다.
- 본문 중에서작가 박수주 님은 스스로에게도 이 나이에도 꿈을 꾸며 용감하게 미래를 향해 도약을 시도할 수 있는 자신의 용단을 무척 대견스러워하며 많은 꿈을 이 글에 싣고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