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새의 미로 제1권
여자들은 금세 멀미를 일으켜 토하고,
아이들은 겁에 질려 울어댔다. 그러는 가운데
부하들은 앞 뒤로 심하게 흔들리는 보트를
수면 위로 내리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대좌는 어깨와 어깨를 맞대고 빽빽이
들어찬 수심 명의 부녀자들과 폭탄을 실은
구명보트가 한 척씩 수면에 내려져서는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앞으로 이들이 싸늘한 무인도의 동굴
속에서 겪게 될 혹독한 시련을 생각하니
끔찍한 짓을 한다는 생각이 들며 양심이
호되게 가책됐다.
<국가를 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는 빗물에 흥건히 젖은 채 이런
자부심으로 자신의 갈등을 달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서 구명보트 한 척이 뒤집혀
거센 파도 속으로 휩쓸리며 순식간에 50여
부녀자들의 생명이 시커먼 바닷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점차 수위가 높아지며 동굴 입구가 차오를
무렵, 대좌는 부하들과 함께 마지막 보트
속에 나머지 물품들을 실었다. 그런 다음,
물자를 운반했던 40명의 부녀자들을 태우고
나서 그 자신도 압록강호에서 하선했다.
새벽 3시 27분이었다.
마지막 구명보트가 무인도 수중 동굴
속으로 스며들고 얼마 안 되어 수위가
높아지며 동굴 입구는 바닷속으로 사라져
버렸고, 그들이 버린 노후한 수송선은
비바람이 몰아치는 대한해협 위를 조류를
따라서 유령선처럼 표류해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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