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의 소나타
<b><맛보기></b>
우리는 어둠 속에서 만났다.
발 아래에서 물결이 출렁거리고 있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약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무섭지는 않았다. 묵고 있는 퍼시픽 호텔의 출입구 쪽 불빛이 여기까지 잔광을 보내고 있었고 뒤쪽으로는 산책을 하는 사람들도 여럿이었다.
열대 지방의 잎 넓은 가로수들 때문에 불빛은 어둑하게 스며들어 오고 있었으나 이곳은 확실하게 대로변인 것이다.
나는 차분하게 벤치에 앉아 밤바다의 소리와 그리고 무성한 나무 그늘의 향기를 깊숙하게 들이마셨다.
'안녕하십니까?'
눈 앞에서 부드럽고 다정한 소리가 들렸다.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불빛을 등지고 서 있었기 때문에 얼굴은 잘 보이지않았다. 그러나 단정한 차림새였고 어디라 할 것 없이 우아한 풍모였다.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졸지에 그런 실례되는 전화를 드렸습니다.'
'아닙니다. 사실 나로서도 흥미가 있는 일이기 때문에 나온 거지요.'
'감사합니다.'
사실 나는 이 사내에 대해 전혀 아무것도 모른다. 이렇게 말하면 우습지만--조국을 멀리 떠나서-- 혼자 여행길에 어제 아침 난데없는 전화를 받았던 것이다. 큰 용무가 있어서 조국을 멀리 떠난 것은 아니다. 요즘 흔해 빠진 관광 여행을 하고 있을 따름이다.
내 직업은 한국의 추리소설 작가.
오랫동안 별로 빛을 보지 못하다가 3년쯤 전부터 상당히 인기있는 작가가 되었다. 출판했던 소설 5권이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게 모두 영화와 TV드라마가 되었다.
추리소설이 황금의 시장인 일본이나 미국과는 달리 별볼일 없는 장르인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들어서는 상당히 안목들이 달라진 모양이었다. 내 소설이 베스트셀러를 연달아 기록하자 오만 군데에서 전화가 빗발쳤다. 아침 저녁으로 사람들이 찾아왔다. 대부분 출판업자들이었고 그전 같으면 마치 은덕을 베풀 듯이 연재를하나씩 맡기곤 하던 잡지사나 신문사에서도 제발 우리한테 글을 좀 써 달라는 협박이었다. 영화사, 방송국, 그뿐이냐. 이름 좀 얻었다 싶으니 별의별 세일즈맨들까지도 얼굴을 내밀었다.
'저희 콘도를 매입해 주시면 영광이겠습니다.'
에서부터 '서해안에 좋은 부동산이 있는데요.'
'저희 자동차로 바꾸시지요.'
'컴퓨터나 팩시밀리를 설명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저희 호텔의 VIP카드를 발급해 드리지요.'
등등…… 대강 그런 것들이었다.
신문 연재가 2개 걸려 있고 잡지 연재가 또 3개 걸려 있는데도 몇 군데의 출판사에서 '날씨도 좋은데 해외 여행이나……' 하고 권유해 오는 것도 이런 시기였다.
'일은 어떻게 하고 해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