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가와 란보賞 수상작가걸작선
본 걸작선 일본의 가장 권위 있는 신인작가 등용문인 에도가와 란보상 수상작가들의 단편을 모은 것이다.
에도가와 란보상은 일본 추리소설의 태두라고 할 수 있는 에도가와 란보(江戶川亂步,1894∼1965)를 기념하기 위해 일본추리작가협회가 만든 상이다. 해마다 가장 뛰어난 신인작가에게 주는 상이다.
에도가와 란보는 국민학교 때부터 추리소설을 애독했고 대학 시절에는 도서관과 헌 책방을 찾아다니며 에드가 앨런 포나 코난 도일 등 당시 외국 추리작가의 작품을 읽었는데, 특히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의 본명은 히라이 타로(平井太郞)인데 에드가 앨런 포에 심취해 필명을 발음이 비슷한 에도가와 란보로 한 일화는 유명하다.
초기의 단편은 지금 읽어도 뛰어난 작품들이 대부분이고, 장편들은 주로 그로테스크하고 에로틱한 작품들이 많다.
그는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로 추리문단에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본 걸작선에 수록된 뛰어난 일본 추리작가들의 작품들은 세계적 수준인 일본 추리문단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맛보기>
한밤중의 살의 - 오타니 요타로
1
가와베 유미코는 마지막 망설임을 떨쳐버렸다. 여기까지 와서 되돌아간다는 것은 패배라고 생각했다.
초인종을 누르자, 안에서 차임 소리가 울렸다. 두꺼운 목제 문을 통해서 들려오는 그 소리는 이제부터 시작되는 여자끼리의 투쟁의 개전 신호처럼 들렸다. 유미코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안의 반응을 기다렸다. 이
저택의 주인 이마이케 도시에가 곧 나타나야 할 텐데 그 기색이 없었다. 유미코는 손목시계를 보았다. 밤 3시가 가까웠다.
'자고 있는 것일까?'
유미코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밤새 일어나서 일하고 있으니까 시간에 관계 없이 찾아오라고 아까 걸려왔던 전화에서 도시에는 분명히 말했다. 조롱 비슷한 도전적인 말투였다.
유미코는 귀를 기울였다. 풀밭에서 벌레 소리가 들려왔다. 현관 옆의 방은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으나 불이 켜져 있었다. 잠든 것도 아니고, 밤중의 이런 시간에 외출을 한 것 같지도 않았다. 유미코는 무심코 문 손
잡이를 잡았다.
문은 아무런 저항도 없이 열렸다.
'이렇게 조심성이 없을까? 여자 혼자 있다고 했는데.'
유미코는 문틈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안으로 대고 큰소리로 불렀다.
'실례합니다. 아무도 안 계세요?'
유미코는 강한 호기심으로 시선을 움직였다. 여기는 사랑의 라이벌의 아성인 것이다.
현관 홀은 2층까지 뚫려 있었다. 널찍한 공간이 도시에의 재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