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이 된 미술관
“미술을 사랑한다면, 미술을 증오해야 한다”
돈과 권력에 물든 현대미술의 민낯을
거침없이 드러낸 직격탄
미술관이나 전시회를 다양하게 누릴 수 있는 오늘날, 미술로 가득 찬 우리 사회에서 미술은 이른바 가장 높은 수준의 예술로 위상을 떨치고 있다. 사람들은 미술을 대할 때 어떤 경외나 존경의 마음을 가진다. 하지만 그런 동경과는 별개로 미술관을 방문했을 때 큐레이터나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미술 작품 앞에서 실망하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던 경험 또한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의 현주소다.
우리가 접하는 미술은 돈과 권력에 얽매인 미술이기도 하다. 투자처가 되어버린 미술 작품을 사고팔기 위해 힘쓰는 갤러리와 수집가, 건물 외관과 방문객 수에 가치를 두고 계급화된 훈육시설로서의 명맥을 유지하며 연금생활자와 관람객 유치에 더욱 열을 올리는 미술관, 시대풍조에 순응해가는 미술가와 비평가, 자신의 무지(無知)를 숨기려고 하는 관람객의 모습은 미술이 미술답게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미술 작품이 소위 재벌이나 정치인 같은 상류층의 재테크 수단으로 이용되는 상황 또한 미술이 돈과 권력에 얽매어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며, 이는 미술과 일반인의 삶이 서로 괴리되는 결정적 이유로 작용한다.
하지만 여전히 미술 전시회는 관람객으로 넘쳐난다. 관람객은 엄숙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미술 작품을 몸소 숭배하러 전시회장에 들어선다. 하지만 상하 구조에 철저히 얽매인 일종의 의식과도 같기에 미술 작품 감상은 더는 즐겁거나 평등한 만남이 되지 못한다. 전시회의 흥행 또한 현대미술의 속성으로 자리한 ‘돈’의 메커니즘을 따른다.
독일 현역 미술잡지 편집장이 쓴 책 《동물원이 된 미술관》은 이렇게 고고한 위치에 확고부동하게 자리 잡은 미술을 철저하게 비판한다. 니콜레 체프터는 ‘미술을 사랑한다면, 미술을 증오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한다. 증오는 이유를 필요로 하고, 이유는 또 다른 논쟁을 일으키는 씨앗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정직한 논쟁을 통해 미술과 관람객은 서로를 깨우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문
프롤로그
1장 미술로 돈벌이를 해왔기 때문에, 미술을 증오한다
현대 시대
미술은 클리셰다
큐레이터 겸 미술관 관장인 오이겐 블루메와의 대화
2장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하지 않기 때문에, 미술을 증오한다
나는 당신의 작품을 증오해
건강과 행복이 넘치는 미술관
3장 미술은 위계질서로 이루어진 시스템이기 때문에, 미술을 증오한다
돈이 미술을 전부 먹어치운다
미술 경영자
감시 상태에 놓이다
4장 미술은 천재와 광기를 믿기 때문에, 미술을 증오한다
미쳤지만 뛰어난
미술가: 직업적인 아웃사이더
5장 미술은 금기이기 때문에, 미술을 증오한다
미술 증오의 전통
에필로그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