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
북동(城北洞)으로 이사 나와서 한 대엿새 되었을까, 그날 밤 나는 보던 신문을 머리맡에 밀어 던지고 누워 새삼스럽게,
"여기도 정말 시골이로군!"
하였다.
무어 바깥이 컴컴한 걸 처음보고 시냇물 소리와 쏴 ─ 하는 솔바람 소리를 처음 들어서가 아니라 황수건이라는 사람을 이날 저녁에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말 몇 마디 사귀지 않아서 곧 못난이란 것이 드러났다. 이 못난이는 성북동의 산들보다 물들보다, 조그만 지름길들보다 더 나에게 성북동이 시골이 란 느낌을 풍겨 주었다.
강원도 철원 출생으로 시대일보에 「오몽녀」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왔다. 학예부 기자를 지내면서 구인회를 조직하여 활동하였고, 이후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면서 지를 주관하다, 점차 조선문학가동맹 등 좌파계열 문학단체에서 활동하기 시작한다. 1946년에 월북하여 「해방 전후」를 발표, 제1회 해방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북조선문학예술총동맹 부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다가 50년대에 숙청되어 파고철수집 노동자 등으로 일했다고 알려진다. 대표작으로는 「해방전후」 『황진이』, 『문장강화』 등이 있다. 2004년에는 탄생 100주년을 맞아 철원에 상허문학비와 흉상이 세워졌고 상허문학제도 개최되었다.
달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