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겅퀴의 장
아파트의 지하층 같은 데서 꽃묶음을 보다가 현(顯)은 난데없이 당황하는 때가 있다. 새빨간 서양 엉겅퀴의 노기를 품은 듯한 드센 모양에 아내의 얼굴이 겹쳐오기 때문이었다.
장식단추처럼 작게 불타며 듬직하게 자리 잡고 있으면서 어딘지 모르게 화려하고도 분방한 꽃봉오리는 거기에 그대로 아사미(阿佐美)의 인상을 의탁하고 있는 듯 생각되었다. 서둘러 집에 돌아가 다다미 방바닥에 둥글둥글 누워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았을 때 마음이 놓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곤한다.
소설가. 호는 가산. 강원도 평창 출생으로 경성제일고보를 거쳐 1930년 경성제국대학 영문학과를 마쳤다. 경향문학이 활발하던 당시 유진오와 더불어 동반작가로 활동했다. 1928년『조선지광』에「도시와 유령」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총독부 검열계에 근무하다 비난이 일자 경성으로 가 경성농업학교의 영어교사로 일하고, 자연과 인간의 본능적인 순수성을 추구, 구인회에서 활동하는 등 문학적 전환을 했다. 41년 중요한 수술을 받은 후 42년 36세를 일기로 작고했다.
저서로는『낙엽을 태우면서』『메밀꽃 필 무렵』『들』『분녀』『석류』『화분』『벽공무한』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