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배를 접는 시간 - 한진중공업 3년의 기록
85호 크레인의 달력
2011년 1월 6일 새벽 3시 10분, ‘정리해고 철회’를 외치며 김진숙(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85호 크레인에 올랐다. 김진숙을 김주익처럼 죽게 만들 수 없다, 김진숙을 지키겠다며 사수대가 크레인 중간에 올랐다. 가족대책위(가대위)가 꾸려지고 해고노동자 94명을 중심으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철회 투쟁위원회(정투위)가 꾸려졌다. 그리고 이들은 크레인 아래를 굳건히 지켜냈다.
2011년 여름은 뜨거웠다. 2003년과는 달리 희망버스라는 이름으로 전국에서 달려온 시민들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부산을 뜨겁게 달궜다. 언론에서도 연일 김진숙과 희망버스를 보도했다. 그리고 그에 힘입어 김진숙은 크레인에 오른 지 309일 만에 살아서 내려왔다.
사람들은 ‘한진중공업’ 하면 김진숙 지도위원과 85호 크레인, 희망버스를 되뇌인다. 하지만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들이 3년간 어떻게 싸워왔는지, 김진숙이 크레인에서 내려온 후 ‘309일, 그리고 다시 1일’의 시간을 어떻게 견뎌왔는지, 최강서 열사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는지 잘 알지 못한다.
한진중공업 정투위와 가대위는 지난 3년간 어떻게 싸워왔을까. 그리고 지금 그들은 그 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종이배를 접는 시간』은 사측이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한 2010년부터 최강서 열사가 노조 사무실에서 목 매 숨진 후 66일 뒤에야 솔밭산에 안치된 2013년까지, 크레인 위의 김진숙과 사수대, 그리고 크레인 아래의 정투위와 가대위가 정리해고 철회를 위해 어떻게 싸워왔는지를 보여주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철회 투쟁 3년의 기록이다.
‘사실의 힘’으로 써내려간 한진중공업 3년의 역사
이 책은 세 명의 신진작가와 르포작가 오도엽이 공동으로 작업을 했다. 문장의 유혹과 작가의 상상을 과감히 버리고 사실의 힘이 주는 감동에 집중해 한 문장 한 문장을 써내려간 네 명의 저자는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배를 짓듯 서로의 손을 포개어 한진중공업 3년의 역사를 함께 빚어냈다.
끊임없이 약속을 깨려는 이들이 있을 때, 누군가는 약속을 위해 곡기를 끊어야 했고, 땅을 버리고 허공에 올라야 했고, 피 터지게 싸워야 했고, 목숨을 걸어야 했다. 이 르포르타주는 약속과 배신 사이에서 삶과 죽음이 교차하며 진행되어온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역사이고, 오늘날 모든 노동자들의 역사이다.
85호 크레인과 희망버스는 과거가 아닌 오늘이기에 이 르포르타주가 던지는 메시지는 감출 수 없는 대한민국의 불편한 진실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또한 이 책의 집필 과정과 결과물은 이 시대 르포문학의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