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과 제1장
덜커덕덜커덕-퍼언한 신작로에 소마차 바퀴 소리가 외로이 울린다.
사양(斜陽)에 키만 멀쑥하니 된 가로수 포플러의 그림자가 느른하니 길을 가로막고 있을 뿐 별로이 행인도 없는 호젓한 신작로다. 동리 앞에는 곰방대를 문 영감님이 발가숭이 손자놈을 데리고 앉아서 돌장난을 시키고 있다. 약삭빠른 계절(季節)에 뒤떨어진 매미 소리는 마치 남의 나라에 갇힌 공주의 탄식처럼 청승맞다.
"이러 이 소, 쯔쯔!"
안반짝 같은 소 엉덩이에 철썩 물푸레 회초리가 운다. 소란 놈은 파리를 날려 주어 고맙게 여길 정도인지 아무런 반응도 없다. 그저 뚜벅뚜벅 앞만 내다보고 걸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