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집 : 진주수필 4
머리글
산
-사람 사는 집에 부쳐
등과 등을 대었으나
그들은 한 번도 다툰 적 없다
얼굴과 얼굴 맞대지 않았으나
그들은 한 번도 이념을 낯가린 적이 없다
높으면 높은 대로 낮으면 낮은 대로
어깨 걸어 손잡을 줄 아는 그들은
한 번도 신분을 논쟁하지 않았다
처음 그 자리, 한 걸음도 떼 놓은 적 없으나
지맥을 따라 한 나래로 흘러
인간의 낮은 마을에 크낙새 그늘로 내리거늘
숲 기르고 품느라
높이 솟은 것만도 죄인양
침묵을, 허리 굽도록 번뇌를 절하고 있다
원근을 모르는 골짝의 근심들로 무뎌질까
고단한 등을 껴안고
탈지한 구름을 위무慰撫한다
2011년 초봄
이고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