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에서 부는 바람 제2권
현실과 역사의 모자이크
역사는 두 개의 눈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역사가 강이라면 상유에서 보는
시각과 하류에서 보는 시각은 정반대일 수
있다.
6백여 년 전 조선 왕조를 세우고 서울을
수도로 정한 혁명아 이성계도 역사의 상류
쪽인 고려 사람들이 역사를 기술하였다면
반역아가 되었을 것인데, 하류인 조선
사관들이 쓴 사록(史錄)은 창조자요
혁명아로 보고 있다.
1390년대에 일어난 이 반역과 혁명의
역사는 이성계 자신의 당대에, 그 아들들에
의해 다시 반복되기 시작했다.
이 비극적 역사는 근 6백 년이 지난
뒤에도 계속되어 오늘날 우리 세대의
과제가 되었다.
이 소설을 쓰면서 이성계처럼 한
인간으로서 비운의 일생을 보낸 사람도
드물 것이란 생각을 했다.
이성계는 두 사람의 정처(正妻)와 여덟
아들 그리고 세 딸을 두었다. 그러나 두
아내는 그의 생전에 사별하게 되고 여덟
아들 중 여섯 아들이 제 명에 못 죽는다.
두 아들과 한 명의 사위는 형제들끼리의
피비린내 나는 권력 다툼으로 죽게 된다.
그러나 그가 조금 더 살아 있었다면 더
가슴 아프게 생각할 일이 있었다. 그가
그렇게라도 사랑하던 둘째 아내 현비에
관한 일이었다. 이성계는 현비가 죽자 그를
도저히 잊을 수 없어 경복궁의 광화문에서
빤히 보이는 도성 한가운데에 묘(貞陵)를
만들고 아침 저녁 바라보며 그녀를
생각했다. 그러나 형제를 죽이고 창칼로
집권한 전처의 아들인 혁명아(방원)는 이
묘를 파서 멀리 보내고, 그 묘석을 파다가
성 안에 다리를 만들어 뭇사람들이 밟고
다니게 했다.
이 소설은 여기에서 출발하여 현실과
역사 속, 6백 년의 시차를 넘나들면서
전개된다. 독자들이 다소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는 '톱니바퀴식' 플롯으로
쓰여졌다는 것에 대해 독자들의 양해를
구한다.
현실 부분은 완전한 픽션이고 역사
부분은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음을 밝혀 둔다. 본 줄거리는
물론이고 에피소드, 사소한 사건, 품계와
직제 등도 당시의 사실에 가깝게 하려고
노력했다. 시대적 배경이 고려도 아니도
조선도 아니었기 때문에 애매한 점도
많았다.
이 소설 상권의 경우 1. 비극의 다리, 3.
숨겨 온 기록, 5. 다가서는 그림자, 8.
조직 대 조직만 떼어서 연결한다면 현대
추리 소설이 되고,
2.제왕의 슬픈 사랑, 4. 싹트는 모반,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