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살인사건
<작가의 말>
필자는 이 소설을 속리산 법주사 경내의 요사채에서 썼다. 살생을 하지 말라고 엄격한 계율을 내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동물성 음식을 피하는 사찰에서 필자는 살인 이야기를 썼다. 그래서 법당 앞을 산책하다가도 걸음을 멈추고 부처님을 돌아보면, 왠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용서하십시오, 부처님. 제가 살인소설을 쓰는 것은 그래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생명의 존엄성을 이야기하고자 해서입니다.'라고 변명한다. 그리고 나서 부처님을 자세히 쳐다보면, 알았다. ― 하고 미소를 짓는 듯해서 안심이 되었다. 사실 부처님의 모습은 항상 미소를 띠고 있지만.
이 소설을 읽는 독자는 몇 년 전에 있었던 여대생 박 아무개 피살사건을 연상할지 모른다. 필자는 거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이것을 창작했다. 여기서 부분적으로 그와 유사한 점이 있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소설 상황이지 실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또한 어느 특정 인물을 묘사한 것이 아님을 밝힌다. 오해 없기를 바란다.
이 글을 마친 것은 추위가 가시지 않은 2월 5일 새벽이었다. 단편이든 장편이든 소설을 탈고하고 나면 항상 그렇듯이 정서적인 충만을 느낀다. 의식은 극도로 첨예화되어 예민해져 있고 인식이 달군 쇠같이 번쩍일 때, 피곤한 것과 관계없이 잠이 오지 않는다. 그래서 우는 작가도 있다는데, 필자는 울지는 않았지만 한밤에 밖으로 나가 눈덮인 법주사 경내를 서성거렸다.
불빛에 비친 밤의 사찰은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운 예술인가를 증명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순백으로 반짝이는 하얀눈과 은행나무와 신라 때 지었다는 팔상전 건물과 검은산이 있었다. 야성적인 희열을 느끼게 하는 위대한 자연이었다. 그때 필자는 소설 속에서 죽어간 여대생 민지영을 생각했고, 그녀를 사랑한 네 명의 남자를 생각했다. 죽음을 생각하고 인생을 생각했다.
이 소설은 추리의 기법으로 쓰여진 본격 추리소설이다. 그러나 필자는 여기서 사랑과 삶과 죽음의 명제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고, 독자와 함께 해답을 찾고자 하는 작의가 있었다.
이 소설에서는 범인이 잡히지 않고 누구라는 지적이 없이 끝난다. 그것은 독자가 찾아주기 바란다. 분명히 여러 곳에 복선을 넣어 범인이 누구라는 것을 필자는 밝힌 것으로 생각된다.
끝으로 집필의 편의를 제공해 주신 법주사 유월탄(柳月誕) 스님에게 감사드린다.
정현웅.
<작품맛보기>
-첫인상-
한낮이었으나 김포공항은 안개에 묻혀 보이지 않았다. 착륙을 유도하려는 듯 관제탑이며 공항 활주로에는 불이 켜졌으나 소용이 없었다. 안개는 바로 눈앞의 물체조차 식별하기 힘들었고 공항 주변에서 차량들도 느릿느릿하게 움
1976년 장편소설 『외디프스의 초상』으로 제6회 도의문화저작상 수상. 1980년 『현대문학』7월호에 단편 「사자의 목소리」, 『동지』84년 1월호에 단편 「잃어버린 세대」로 문단 데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생체실험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 『마루타』로 밀리언셀러 작가가 되었다.
저서에 장편소설『철새의 겨울』, 『축제의 제목은 욕망』, 『카인과 아벨은 형제였다』(2권), 『너와 나의 시대』(2권), 『소설 광주청문회』(3권), 『불타는 사비성』(2권), 『사랑은 사슴처럼』, 『태백의 혼불』(5권), 『화산에 묻다』(4권), 『그리고, 촛불처럼 타다』, 『마루타』(5권), 『마루타의 칼』(3권), 『쇄빙선』(4권), 『족보』(3권), 『다라니』(4권), 『전쟁과 사랑』(5권), 『바람과 촛불』(4권)이 있으며 단편집『불감시대』, 『어느 여공의 죽음』, 전기소설 『사랑과 예술』(운보 일대기), 『박수근 생애와 예술』이 있다.
이 책을 대출한 회원이 함께 대출한 컨텐츠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