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나는 당신이 꾸는 꿈을 꾸고 싶다”
자신의 언어와 존재를 모두 내걸고
당신의 말과 꿈에 다가가는 김행숙의 시 쓰기
올해로 데뷔 21년 차를 맞는 김행숙의 여섯번째 시집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가 출간되었다. 2000년대 시단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온 미래파의 대표 시인 중 하나였던 김행숙은 그간 과감한 시적 실험과 예술을 향한 끈질긴 질문으로 작품 세계를 넓혀왔다. 시인은 독자들에게 오랜 지지와 사랑을 받았을 뿐 아니라, 그의 문학적 성취와 역할을 인정받아 미당문학상, 노작문학상, 전봉건문학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행숙은 유연하고 변주되는 형상들의 세계, ‘녹아내리는 얼굴’과 ‘반사되는 메아리’에 집중해온 시인이기도 하다. 온전히 완성될 수도, 완벽히 새로울 수도 없는 불가능한 글쓰기의 숙명을 마주한 채 ‘진정한 말의 가능성’을 끈질기게 모색해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심부름꾼 k가 내놓은 이야기들’로 자신의 고민을 구체화해낸다. 카프카, 괴테, 배수아, 기형도 등의 여러 텍스트가 김행숙의 시 속에 직접 들어온 듯하지만, 마치 시인의 기억 바구니에 담겨 한참 동안 깨지고 번져나간 듯 전혀 다른 이야기로 변모해 천연덕스럽게 전개된다. “가짜에 가짜가 거듭 반사되는 거짓말의 세계”이지만, 그것이 “우리 세계의 진짜 모습”(문학평론가 박슬기)임을 보여주는 시인. ‘문학’이라는 수수께끼를 앞에 놓고 해답을 구하기보다는 질문을 증폭시킴으로써 시를 밀고 나가는 김행숙은 그렇게 우리가 잘 아는 낯선 이야기를 잔뜩 들고 심부름에서 돌아오는 길이다.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나 199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사춘기』,『이별의 능력』,『타인의 의미』,『에코의 초상』이 있으며 [노작문학상],[미당문학상],[전봉건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인의 말
1부 기억이 사람을 만들기 시작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주어 없는 꿈/1월 1일/돌 속에 돌이 있고/밤의 층계/덜 빚어진 항아리/의식의 흐름을 따르며/커피와 우산/우산과 담배/담배와 콩트/고도의 중얼거림/일순간/낮부터 아침까지/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유리의 존재/우리가 볼 수 있는 것/체크아웃/굴뚝청소부가 왔다/열대야/마지막 여관
2부 바보의 말을 탐구해보자
변신/바보의 성격/이 세계/공범자들/그림자가 길다/우리를 위하여/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변신」 후기/카프카의 침상에서/그 복도/지구를 지켜라/그레고르 잠자의 휴일/카프카 씨, 들으세요
3부 우리가 그림자를 던지자 첨벙, 하고 커다란 소리를 냈다
늑대만 남았다/검은 숲/죽지 않는 그림자/밤의 실루엣/한밤의 기도/밤의 한가운데/꿈속에서/아침에 일어나는 일/두 자매/이별여행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지만/봄날은 간다/노랫말처럼/에코의 중얼거림/우리가 어딘가 닮았다면/어머니의 분노/잠을 기다리며/그 창문/아이가 왔다/눈과 눈/구름과 벌판과 창고
해설 진정한 말의 시, 함께?있는 밤을 위하여?박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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