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그것이 어째 없을까?"
아내는 장문을 열고 무엇을 찾더니 입안 말로 중얼거린다.
"무엇이 없어?"
나는 우두커니 책상머리에 앉아서 책장만 뒤적뒤적하다가 물어보았다.
"모본단 저고리가 하나 남았는데."
"……."
나는 그만 묵묵하였다.
아내가 그것을 찾아 무엇을 하려는 것을 앎이라. 오늘밤에 옆집 할멈을 시켜 잡히려 하는 것이다.
이 이년 동안에 돈 한 푼 나는 데 없고 그대로 주리면 시장할 줄 알아 기구(器具)와 의복을 전당국 창고(典當局倉庫)에 들여밀거나 고물상 한 구석에 세워 두고 돈을 얻어 오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 아내가 하나 남은 모본단 저고리를 찾는 것도 아침거리를 장만하려 함이다. 나는 입맛을 쩍쩍 다시고 폈던 책을 덮으며 ''후'' 한숨을 내쉬었다.
저자소개
빙허 현진건은 경북 대구 출생으로 일본 도쿄 세이조 중학 4년을 중퇴하고 중국 후장 대학에서 독일어를 공부하다 1919년에 귀국했다. 1920년《개벽》에 <희상화>를 발표하면서 문필 활동을 시작, 21년 <빈처>를 발표해 소설가로 인정받았다. 그 해 조선일보에 입사하여 홍사용, 이상화, 나도향, 박종화 등과《백조》창간 동인으로 참여하였다. 1936년 동아일보에 재직시 일장기 말소사건으로 1년간 복역하고 소설 창작에 전념하여 장편과 단편 20여 편을 남겼다. 주로 짙은 민족주의 색채와 치밀하고 섬세한 사실주의적 묘사, 조화의 극치를 이루는 구성 등이 그의 작품의 특징이다. 그는 1943년 병마에 시달리다 44세를 일기로 작고했다.
저서로는『무영탑』『빈처』『술 권하는 사회』『타락자』『운수좋은 날』『B사감과 러브레터』등이 있다.